쉼터·건강

폐에 붉은 흉수가 찼다

맑은돌 2022. 12. 19. 17:35

지난주 동네 종합병원에 가서 폐 엑스레이를 찍어보지 않았더라면 흉수가 찬 것도 모르고 한 달 넘게 예약된 다음 진료까지 아픔을 견디면서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지지난주 서울 진료에서는 혈액검사 결과도 좋고, 약이 잘 듣는 것 같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폐전이 되어서 커다란 암도 보이는 불쌍한 내 폐. 왼쪽 아래 절반 넘게 하얗다.

부랴부랴 예약을 잡고 엑스레이 영상을 가지고 이틀만에 서울로 와서 진료를 보는데 상황이 안 좋다.
부산 동네 종합병원에서 그랬듯이 물이 찼다는 것이다.

일단 응급실로 입원을 해야하는데 암성 발열로 37~38도를 오르내리니까 선별진료소를 통해 응급실에 들어가야 한다. 코로나19 PCR 검사도 하고 3시간 정도가 지나서 응급실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침대는 없이 뒤로졌혀지는 의자가 양쪽으로 20개 정도 놓은 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3시가 되어서 배액관 시술을 하러 갔다. 기다리는 시간만 빼면 10분 정도에 시술은 끝났다. 다시 닭장 같은 응급실 방에 도착하니 배액관 비닐 백에 피가 가득차 있다. 폐에 물이 아니라 암이 만들어낸 핏물이 가득한 것이다.

조금 기다리다가 응급단기병동이라는 곳으로 옮길 수 있었다. 응급실에 비하면 궁궐 같았다. 7인 병실이었는데 토요일 오후가 되어서 암병동 병실로 옮길 수 있었다.

오늘 오전까지 3500ml (3.5리터)의 피흉수를 뽑고, 입원한지 처음으로 주치의 회진에서 별로 좋지 않은 말씀을 듣게 되었다.


암 때문에 나오는 피흉수는 다 빼도 다시 나올 것이라고, 피흉수 때문에 열도 나고 불편한 것이라고.
2~3리터를 빼고서 큰일 보고 뒷처리가 훨씬 편리해진 것을 몸으로 느꼈는데 다시 피흉수가 찰 수 있다니 마음이 매우 무겁다.

거기다 항암제도 잘 듣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보름 전에는 잘 듣는 것 같다고 말씀 하셨는데…?
이미 옵디보 + 여보이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을 3개월 동안 실패했고, 카보메틱스 2개월 만에 피흉수를 보다니… 약이 잘 듣는 것 같지는 않다.

이제 3차 치료제 하나 뿐인가?
NGS 유전자 검사 결과지에서 언급한 내 변이에 맞는 치료약이 하나 있는데 나온지는 오래되었지만 내가 가진 유전자 변이가 없는 사람보다 2배 정도 치료 반응률이 높을 수 있을 수도 있다고 검색을 통해서 봤다.

그러나 그 표적치료제마저 안 들으면 어떨까?
내 여명은 기껏해야 몇 개월? 두 달 미만이 될지 알 수가 없다.
입원실 옆과 앞의 중환자들 모습처럼 생을 마감할 수도 없다.

육종성 신장암.
너란 놈은 참으로 빨리 크고 공격적이구나. 원발암도 아닌 폐전이 주제에. 주인인 신장암이 수술로 제거 되었으면 너도 죽어야지 너는 더 날뛰냐?

하지만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
나는 그렇게 가만히 죽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방법을 찾을 것이다.
기다려 보거라.


항암제의 기전이 크게 몇 가지가 안 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암의 경우 면역항암제가 듣지 않으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공격성이 강하지 않거나 빨리 성장하지 않는 순한 종류의 신장암이라면 항암제를 써서 수명을 연장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육종성 신장암이고, 폐전이까지 있는데 많이 진행된 상태라 암성 피흉수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마지막 약이 효과가 있기를 바라면서…